원가족과 함께 살며 커밍아웃하지 않은 대부분의 퀴어들에게 집은 왜곡의 공간이다. 일상적이고 사사로운 것들을 검열하는 일상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휴식은 담보되기 어렵다.
성별 이분법과 이성애 규범을 기반으로 한 원가족의 집에서 ‘나와’ 비로소 자신의 살림을 꾸려가기 시작할 때 그는 새로운 집의 문을 열고, 가족을 만든다. 결혼과 재생산이라는 이성애 제도의 루트를 따라가지 않는 퀴어들은 다른 생애주기를 만들어간다. 이것이 시간의 문제로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존재를 반영하는 공간을 욕망하는 성소수자는, 퀴어적 삶의 역사가 아로새겨진 퀴어 공간을 만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