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0월 28일 일요일, 영환의 부모님은 아침 일찍 시골에 내려가신다. 엄마는 4남매를 앞에 앉혀놓고 싸우지 말고 집 잘 보라며 큰누나인 영자(16살)에게 4,000원을 준다. 짜장면 시켜먹고 사이다 사먹으라고.
엄마가 나가시자마자 영자는 2,500원을 영숙(13살)에게 주고서 나가버린다. 역시 싸우지 말고 집 잘 보라는 말을 남긴 채. 이제 집에 남은 식구는 작은누나 영숙과 영욱(10살), 그리고 막내 영환(7살) 뿐.
이때부터 영숙의 이들에 대한 통치가 시작된다. 가장 먼저 TV시청권을 박탈한 영숙은 곧 주먹과 돈으로 그들을 자신의 권력 안에 잡아두게 된다.
주먹의 무서움과 짜장면을 먹고 싶은 마음에 갈등하는 영욱과 영환은 처절한 생존의 권력게임에 말려드는데
연출의도
나는 어린 시절의 내 추억의 단편들을 묶어서 그것을 1979년 10월 26일이라는 상징적인 날의 이틀 후에 위치시켰다.
부모님이 멀리 외출을 나가신 일요일, 늘 우리를 통치하던 힘이 자리를 비웠을 때 그것은 곧 또 다른 통치자, 그 안에서 권력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을 만들게된다.
채찍과 당근을 함께 줘가며...그 권력자는 우리 또래에서도 늘 존재한다.
다소 건조하게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20년 전 10살 안팎의 아이들의 눈에 맞추어 표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서울 변두리에서 유년기를 보낸 20대 후반의 사람들에게 부족하나마 어렴풋한 향수를 함께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