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베트남의 정글. 대열에서 떨어져 낙오된 한 명의 한국군 병사가 있다. 병사는 오랜 행군과 혼자 남겨졌다는 공포심으로 매우 지쳐있는 상태다.
수통의 물마저 떨어지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쓰러지고 만 그의 귀에 어디에선가 개울물 소리가 들린다. 물을 마시고, 대변까지 본 병사의 얼굴엔 생기가 돈다.
이때 갑자기 느껴지는 인기척. 베트콩이다. 병사는 총을 집고 베트콩과 동시에 상대방을 겨냥한다. 누군가가 방아쇠를 먼저 당길 것 같은 바로 그 순간, 베트공 소녀가 '풋'하면서 미소를 짓는다.
연출의도
전방의 모 부대에서 사병으로 복무하고 있던 5년 전, 몇 월 며칠 전쟁이 터질 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사병들 사이에 믿음처럼 퍼져 있었다. 전쟁이 터질 거라는 그 날 즈음. 새벽 무렵 갑작스런 사이렌 소리와 함께 온 부대에 비상이 걸렸고 우리는 직감적으로 전쟁이 터졌다고 생각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새벽, 참호 속에서의 몇 시간은 그 동안 경험했던 어떠한 공포와도 견줄 수 없는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그 공포 속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적에게 총을 쏠 수 있을 것인가? 게임기 속에서처럼 아무 생각 없이...'
해답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날은 서서히 밝아왔고, 막상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중에 들은 소문으론 인근에서 불법으로 낚시를 하던 민간인을 무장공비로 오인해 일어난 해프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날의 두려움은 늘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고 그때의 의문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의문에서 출발하여 만들어진 영화가 ""For the peace of all mankind""이다.
영화 속에서 나는 서로를 죽이지 않는 두 사람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나로서도 잘 모르겠다. 내 자신조차도 그런 상황이 된다면 미소지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