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가면 편할 길을 굳이 돌아서 가고 싶을 때가 있지요. 가는 길에 이런저런 것을 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도 아니고 그저 고집 하나로 어려운 길을 택할 때가 있어요. 살다보면 굳이 길에만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러면 좋을 일을 기어코 그러지 않는다거나, 하면 좋았을 말을 결국 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들이 있어요. 쉽게 가면 겪지 못했을 일을 어렵게 갔기 때문에 마주하게 되고, 경험하게 됩니다.
<잔고: 분노의 적자>의 인물들은 모두 '굳이'의 길을 택하는 인물들입니다. <겹겹이 여름> 속 연은 언제나 그러지 않아도 되는 길을 걸어가고, 그런 연을 강은 바라봅니다. <굿>의 보나는 한창 어려운 길을 걷는 나이입니다. 사춘기를 겪는 소녀와 무뚝뚝한 할머니는 꼭 어려운 길을 택하기 마련이지요. <개인[전]>의 인물들은 어쩌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문제없어요>가 그리는 예지의 짝사랑은 한 번은 경험해보았을, 어쩔 수 없는 길이기도 합니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어렵게 걸어가길 택하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사실 쉬운 길이 있다는 사실을 속으로는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는 나의 선택은 내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드러내는 습관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길은 하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쉬운 길만 걷는다면 다양한 이야기가 어디에 있겠어요? 직진만 한다면 재미 없으니까요.
*관객기자단[인디즈]_임다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