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하고 기묘한 영화를 볼 때면 꿈을 꾸는 것 같다. 내 현실 속 무엇이 투영된 것만 같은 기분. 묘하게 기시감이 들기까지 한다. 아파트 안 깊숙이 자리잡은 개미 굴에서 나를 응시하는 눈동자. 이른 아침 알람 대신 울리는 전화기의 발신자는 나다. 첫 출근한 어린이집에서 날 보며 웃는 아이들. 그 말간 얼굴에 입은 없다. 일상의 공포를 마주하는 영화는 허구와 실재의 경계를 붕괴한다.
한여름에 흩날리는 눈처럼, 자꾸만 아른거리는 장면들은 마냥 판타지스럽지 않다. 꿈이 현실로, 현실이 꿈으로. 화면을 타고 들어온다. 꺼진 핸드폰을 들고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아파트 단지를 헤맨 적이 있었나. 혹시 내가 서랍에 액정이 깨진 핸드폰을 보관하고 있었던가. 그것도 아니면 어릴 적 놀이터에서 개미를 괴롭히며 놀았던가. 조각난 장면들은 의식을 밟고 기어이 올라간다. 언제 우리 기억을 엿보기도 했던 걸까. 지극히 평범한 공간에서부터 꿈은 시작된다.
*관객기자단[인디즈]_이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