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기억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기억 속의 시공간을 떠올리는 방식으로, 영화는 새로운 시공간을 우리 앞에 선사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영화를 보며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고, 영화는 우리의 공동의 기억이 됩니다.
우리에게는 놀랍고 즐거운 기억만이 남아있지는 않습니다. 아프고 슬픈 기억도 많지요. 어떤 기억들은 가끔씩 우리를 과거의 순간에 멈춰버리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깊은 상처, 그리고 우리를 떠난 이들에 대한 기억을 안고도 계속됩니다. 이어지는 삶 안에서 너와 나를 기억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들을 준비했습니다.
<비밀의 정원>에는 아픈 기억의 장소를 자신의 두 발로 다시 밟아볼 수 있도록 만드는 회복의 여정이 담겨있습니다. <닻>은 우리를 땅 위에 발 디디고 살 수 있게 만드는 기억의 인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메이·제주·데이>는 제주 4·3 국가폭력의 기억을 다양한 목소리와 그림으로 증언하고, 최선을 다해 위로합니다. <면상>은 멈춰있는 망자의 얼굴을 움직이게 하는 기억과 영화의 능력에 대해 말합니다. <없는 이름>은 떠난 이의 이름이 슬픔으로만 기억되지 않도록 애도하는 이들의 만남을 주선합니다.
다섯 편의 영화들은 남아있는 이들의 기억하는 마음이 슬픔에 정박되지 않도록 각자의 방식으로 인물들의 다음 단계를 열어냅니다. 함께 기억하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응원하며 끝내 삶을 이어나가게 하는 영화들의 마음이 여러분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관객기자단[인디즈]_김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