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배급아카데미 5기] 후속과정 교육 후기 | 2024.12.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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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배급아카데미 5기 후속과정] 배급아카데미 5기 후속과정 교육 후기- 인디그라운드 배급아카데미 5기 후속과정 임채린, 정다영, 정인하 무더웠던 8월의 끝자락에서, 인디그라운드 배급아카데미 5기 과정을 마친 우리 수료생들 중 몇몇은 후속 과정에 참여하고자 다시 책상 앞에 모여 앉았다. 첫 회의에서 후속 과정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의견을 나눴고, 각자의 다양한 욕망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상영회 기획, 페이퍼 제작, 그리고 각종 교육들까지. 모두 배급아카데미 수업 때 배운 내용을 좀 더 심화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하니 하나라도 포기할 수 없었다. 욕심 많은 우리는 결국 아이디어로 나온 대부분의 활동을 최대한 모두 진행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짜고 일정을 계획했다. 그렇게 우리가 정한 수업 주제에 우리가 초빙한 강사님으로 구성된 총 3개의 교육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영화 산업과 정책이 서로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아왔는지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정책 교육], 비평적 관점에서 영화를 분석하며 감상하고 글로 풀어내는 작업의 전반적 과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리뷰 교육], 그리고 영화관 프로그래머의 역할과 다양한 기획전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는 [프로그래머 교육]까지. 인디그라운드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받은 각 교육 프로그램들의 후기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많은 창작가들과 관객들은 영화 정책이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무관심하다. 예비취업자와 예비영화인들 역시 정책에 관한 관심도가 높지 않다. 그 이유는 어떠한 구조로 영화 정책이 구성되고, 집행 및 환류 되는지가 정책 수혜자인 영화인들과 관객들에게 공유되지 않기 때문이라 추측한다. 역시 영화 정책 수립 시 관객 중심으로 정책을 꾸리기 보다는, 행정부의 의향에 중점을 둔 방향으로 영화 정책이 구성된다고 느꼈다. 인디그라운드 배급 아카데미의 수강생들은 한국 독립영화를 배급할 미래 인력들이기에, 한국 독립영화에 있어 개봉 및 제작 지원이라는 중요한 자원을 함께 공부해보고자 했다. 이러한 생각을 독립미디어연구소, 그리고 독립미디어연구소의 이지현 연구원님께서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2회차에 걸쳐 정책을 집행하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역사,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의 간략한 해석, 그리고 현 영화 정책의 예산 흐름 등을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영화발전기금이 「국가재정법」의 추가 적용을 받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어떠한 시기에 어떤 부처를 거쳐 본 회의에 의결되는지를 자세히 알게 되었던 점이 뜻 깊었다. 이후 영화 관련 정책에 더욱 관심이 생겨 독립미디어연구소의 뉴스레터 구독을 시작하기도 하고, 국회의관에서 열리는 2025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토론회를 방청하기도 했다. 정책 수업 때 배운 내용과 구독한 뉴스레터의 글들을 토대로, 위 토론회의 내용을 더욱 심도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문화예술 정책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지 않은 부분이기에 무관심해지기 쉽다. 그러나 문화는 그 민족의 가장 강력한 힘이자 정체성의 근원이다. 그 다양성을 독립영화는 풀뿌리처럼 연대하며 잘 지켜오고 있었다. 현재 독립예술계는 많은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이러한 순간일수록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영화인으로서 목소리를 내야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정책 특강은 이러한 생각을 실현시킬 지식을 전달해준 귀중한 강의였다.
배급아카데미 5기 정규과정에서 우리에게는 총 세 차례의 리뷰 과제가 있었다. 제시된 한국 독립 영화를 감상한 뒤 비평문과 함께 배급마케팅 측면에서 영화를 분석한 글을 쓰는 것이 과제였다. 그러나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교육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평소 한 명의 관객으로서 우리는 영화를 보고 개인적인 공간에 리뷰를 쓰는 일을 즐기곤 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미래의 영화 배급 인력이 되기 위해 성장해나가고 있는 만큼, 좀 더 전문성을 갖추고 공신력 있는 리뷰를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 배워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따라서 우리는 여러 평론가분들 중에서 평소 우리가 인상 깊게 읽었던 글을 많이 선보이고 계신 부산영화평론가협회의 홍은미 평론가님을 강사로 모시고 영화 비평의 세계에 대해 배워 보기로 했다. 첫 번째 수업에서 가장 먼저 우리는 영화 리뷰란 도대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고자 질문을 드렸다. 이에 대해 평론가님은, 리뷰는 영화를 평가하는 글이 아니라 감상문이자 소개글이며, 비평가의 역할 또한 영화를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존재하고 있는 영화를 본인이 비평적 관점에서 본 바를 이야기하는 일종의 이야기꾼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이렇게 기본적인 용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고 나니, 이후 알려주신 내용도 훨씬 받아들이기 수월했다. 영화 리뷰에는 독자들이 읽기에 편하고 유용한 방향으로 일정한 형식이 존재하기도 하고, 리뷰를 쓰는 상황/지면/매체에 따라 각각 유의할 점이 달라지기도 했다. 좋은 리뷰를 쓰기 위해서는 먼저 영화를 ‘잘’ 보아야 하는데, 그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배웠다. 서사만 따라가며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 안에 어떤 요소들이 있는지 파악하면서 보아야 하고, 영화를 보고 난 후 그 감상이 잊혀지기 전에 자신이 느꼈던 최초의 감흥을 기록해 두는 것이 글 쓰는 데 길잡이가 될 것이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아직은 영화 리뷰의 세계에 대해 첫 발을 내딛는 단계인 우리에게 평론가님은 오랜 경험에서 묻어난 진심 어린 조언들을 전해주셨다. 영화를 보면서 드는 궁금증을 흘려보내지 말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볼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쓴 글도 많이 읽어보면서 어떻게 하면 남들과 중복되지 않는 나의 이야기로 글을 채워갈 수 있을지 고민해볼 것을 강조하셨다. 이외에도 탈고할 때 주의할 점, 유용한 표현들, 리듬감을 살리는 법, 단조로움을 피하는 법 등 다양한 팁들을 전수해 주셔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두 번째 수업에서는 과제에 대한 합평 및 강사 피드백이 진행되었다.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를 보고 각자 작성한 리뷰에 대해 수강생끼리 읽은 소감을 공유하기도 하고, 강사님께서 주시는 세세한 피드백을 다 함께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각자가 특히 주목한 점이나 인상 깊게 본 부분들이 달라 다채로운 관점으로 영화의 면모를 골고루 살펴볼 수 있었다. 평론가님은 우리에게 잘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칭찬을,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고쳐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세심한 조언을 해주시면서, 계속해서 글을 써 나갈 수 있도록 독려해 주셨다. 단순히 수업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배운 것을 곧바로 실전에 적용해 보고 피드백까지 받아볼 수 있어서 더욱 유익했던 리뷰 교육. 2회차라는 다소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밀도 높은 내용으로 진행되어 영화 리뷰의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고, 강사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영화를 대하는 애정 어린 태도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은 앞으로 우리가 영화에 대한 글을 쓸 때마다 길을 헤매지 않도록 가야 할 방향을 넌지시 안내해주는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3. 프로그래머 교육 (by 임채린) 프로그래머 교육에서는 아트나인의 박혜진 프로그래머님을 모셔서 극장 프로그래머의 역할을 이해하고 아트나인의 기획전 사례들을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먼저 던지신 질문은 ‘사람들은 왜 극장에서 영화를 볼까?’ 였다. 집에서 편안하게, 또 저렴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극장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초 아트나인이 진행한 앙케이트의 결과에서도 알 수 있었듯, 관객은 영화관에서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 이상의 경험을 기대하고 있다. 영화에 최적화된 시설이 주는 몰입과 만족. 그것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극장의 하드웨어만큼 중요한 것이 프로그램이다. 극장만이 가지는 다양한 영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관객을 새로운 영화적 체험으로 이끄는 것이 극장 프로그래머의 역할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아트나인 기획전들을 살펴보면서 남들이 하지 않을 때 한 발 앞서 관객의 마음을 읽을 필요가 있음을 배웠다. 일례로, ‘클래식나인’은 좋아하는 영화를 다시 극장에서 만나고 싶어하는 관객, 실패 없는 영화 관람을 원하는 관객의 마음을 캐치한 기획상영 레이블로, 요즘처럼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가 극장에 다시 걸리는 일이 흔해지기 전부터 극장이 먼저 나서서 재개봉, 재상영을 추진한 것이다. ‘닥스나인’ 역시 타 극장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다큐멘터리 기획상영전이다. 다큐 팬이거나 영화의 메시지에 관심이 있는 관객, 또는 걸작 다큐를 극장에서 만나보고 싶은 사람에게 닥스나인은 너무나 반가운 기획이자 아트나인을 찾는 이유가 될 것이다. 어떤 기획전들은 들이는 시간과 돈에 비해 이윤이 크게 남지 않음에도 브랜딩을 위해 진행하신다는 말씀에 놀라기도 했는데, 이렇게 기획상영이 관객을 불러모음과 동시에 다양한 관객층을 확보하고 극장 브랜딩 효과도 가져올 수 있음을 새로이 배웠다. 기획전들을 공부하다 보니 우리 상영회도 좀 더 관객에게 쉽고 명확하게 다가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 고려 중이던 우리의 상영회 주제는 ‘관계의 자성’으로,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관계를 자석의 인력과 척력에 빗댄 기획이었다. 직접 기획한 우리 입장에서는 그 의미가 잘 이해되겠지만, 외부에서 볼 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는 프로그래머님의 피드백은 이후 ‘추운 겨울과 얼어붙은 마음을 따뜻이 녹이는 영화’로 상영회 주제를 전면 수정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또, 기존에 선정한 작품의 상영 시간이 다른 작품들보다 많이 긴 점을 우려하시며 상영작 선정에 애를 먹고 있던 우리에게 좋게 보셨던 영화들을 추천해 주셨다. 이외에도 포스터를 만들 때 영화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싶다면 어떻게 허락을 구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의 프로모션이 있는지, 배급사에 메일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등등 상영회 준비가 처음인 우리의 많은 질문들에 세세하게 답해 주셨다. 정해진 예산과 촉박한 시간에 약간은 초조하고 작아진 우리에게 원하는 것을 지레 포기하지 말고 안 되면 말더라도 일단 한 번 부딪혀보라는 프로그래머님의 진심이 담긴 조언도 준비과정에서 큰 힘이 되었다. 알차게 받은 교육들은 이후 상영회와 페이퍼를 만드는 데에 많은 쓸모가 되었다. 정책 교육으로 더욱 불이 지펴진 영화 정책에 대한 관심은 페이퍼에 칼럼 형식으로 담겼으며, 리뷰 교육에서 작성한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리뷰 글도 페이퍼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 리뷰 교육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영화를 소개하는 또 다른 글, 프로그램 노트도 작성해 보았다. 상영회는 우리와 어울리는, 신선한 기획을 해보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반영해‘차가운 심장을 가진 로봇’이라는 컨셉으로 관객들에게 귀엽고 재밌게 다가가고자 했다. 박혜진 프로그래머님은 프로그래머 교육이 인연이 되어 상영회의 지브이 모더레이터로도 모시게 되었다. 이제 교육 프로그램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상영회와 페이퍼가 관객과 독자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우리의 좌충우돌 결과물에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리며 도움 주신 모든 분께 감사 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