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를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765,000kV의 거대한 송전탑과 맞서 싸운
김말해 할머니 투쟁의 시작은 한국전쟁이었다.
한국전쟁 발발 전후 국가에 의해 은폐된, 민간인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무차별하게 학살당한 사건.
김말해 할머니와 또 다른 김말해‘들’은 이 사건으로 가족을 잃고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정확한 피해 규모도, 희생자 수도 알 수 없는 상황.
한국전쟁 정전 7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들의 시간은 멈춰있다.
그리고 국가 차원의 유해 발굴을 주도하던 진실화해위원회가 해체되자,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공동조사단을 꾸려 그들을 찾아 나선다.
“직업도, 배경도 다른 우리의 공통된 목표는 오직 하나.
인간을 구성하는 206개의 뼈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입니다”
국가가 은폐한 진실을 찾아 나선 시민 발굴단의 기록
<206: 사라지지 않는>
Review 사람들은 땅에서 태어나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삶과 죽음에 있어 모든 사람이 공평한 과정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알려지는 죽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죽음들이 있다는 것을, 누군가의 기나긴 투쟁 역사의 시작점이 된 한국전쟁에 피해규모도 알 수 없는 신원미상의 죽음들이 있다는 사실을 영화는 알려준다. 인간 존재에게 영원은 절대 닿을 수 없는 영역이라 이미 죽은 영혼들을 다시 되살릴 수는 없지만, 끊어져버린 시간들을 누군가는 열심히 보살피고 있다. 흘러간 시간을 말해주듯 죽은 사람들은 이미 유해가 됐고 그 위로 여러 겹의 흙이 쌓여왔지만 묻혀 있는 206개의 뼈를 찾는 사람들은 그 과정을 통해 진실을, 누군가의 살아있던 인생을 발견한다. 이름이 있었던 모든 존재들에게 돌아갈 곳을 찾아주는 것, 살아있었음을 발견하는 모든 과정들은 저마다의 숭고함을 품고 있다.
*관객기자단[인디즈]_김윤정
연출의도
지난해 인터넷상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유행어 중 하나인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에 왜 열광했을까? 아마도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기적 같은 이들이 우리 삶에 나타나 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의 무모한 여정이 또 다른 '중꺾마'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70년 전 의문의 죽임을 당하고 우리 곁에서 사라져버린 사람들을 끝끝내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그들의 발굴 여행은, 관객들에게 현실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또 다른 기적과 감동의 한 순간을 선사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