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사직서 하나쯤은 품고 살아간다는 말이 있듯이. 꿀밤 한 대 쥐어 박고 싶은 사람도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간다. 악덕한 업주, 매일같이 찾아오는 진상 고객, 얄미운 직장 동료, 조별과제 프리 라이더까지. 가능하다면 눈치 없이 생겨나는 여드름과 야속한 출근 시간도 영구 차단 리스트에 올리고 싶다.
그럼에도 그런 순간들이 있다. 이 사람을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이유를 목격하는 순간들이. 오토바이를 도둑질하려던 아이의 속사정을 듣게 될 때. 반에서 음악을 틀며 시종일간 시끄럽게 랩을 하는 친구의 무대를 보게 될 때. 오토바이를 훔치려던 여자 아이는 남동생의 반장선거를 위해 햄버거를 마련하는 기특한 누나가 되고, 성가시던 같은 반 남자애는 꿈을 꾸는 아티스트가 된다. 누구나 고약함 안에 다정함을 가지고 있다.
콜센터의 진상고객도 어딘가에서는 상사 앞에 고개를 조아리는 직장인이다. 막말을 퍼붓던 사람의 움츠린 뒷모습에 동질감을 느낀다. 미운 내 남자친구도 위험이 닥치면 나를 위해 몸을 던지는 사랑꾼이다. 그토록 미웠던 사람에게서 사랑스러움을 발견한다. 일상에서 떼어 내고 싶을 때, 그들의 이야기를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관객기자단[인디즈]_이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