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화원여자기술학원. 서리는 이곳에 있었던 화재와 유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토록 불을 두려워했지만 기어코 불을 보고자 했던 소녀에 대해.
Review ‘경기여자기술학원’에서 일어났던 실제 방화 사건에 기반을 둔 영화는 서리가 유림에 대해 설명하는 나레이션으로 진행된다. 각양각색의 이유로 화원여자기술학원에 모인 아이들은 영문 모를 비인도적 행위에 억압 당한다. 쇠창살로 꽁꽁 갇힌 아이들은 마치 교도소의 죄수처럼 매일 점호를 하고, 편지까지 검열 당하고, 아이들을 돌보아야 할 사감에게 신체적 폭력까지 당한다. 불을 무서워 하는 유림이지만, 적극적으로 방화를 주도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학원에 불이 나면 누군가 구하러 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곳을 떠나 자유를 찾아 도망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사회는 아이들의 순수한 기대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당연해야 할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그 곳에서 서리는 영화 내내 반복해서 되묻는다. 이 사건이, 유림의 선택이 이해가 되느냐고. 누구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그 때 그들의 이야기가 오늘에 돌아와 여러 사람의 목소리로 겹쳐 사회에 메아리 친다. 우리의 죽음이 이해가 되느냐고.
*관객기자단[인디즈]_임다연
연출의도
스스로를 덮칠 수 있는 위험천만한 것임에도, 마지막 저항수단이 불이 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역설에 대해 말해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