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지민의 집으로 예전 남자친구인 준영이 찾아온다.
그는 지민이 빌려간 테니스 라켓을 돌려달라고 말한다.
Review 안경은 쓰는 사람에 따라 절대적으로 달라진다. 나에게 잘 맞는 안경이 남에겐 맞지 않고, 과거의 나에게 맞았던 안경도 현재의 나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영화 속 인간 관계는 마치 안경 같다. 과거의 연인들을 연달아 만나는 지민의 태도는 그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 사뭇 달라진다. 지민은 준영에게, 창민은 지민에게 정말로 단지 라켓 때문에 만나고자 한건지 재차 묻지만, 질문을 받은 이들은 그렇지 않으면 왜 만나겠느냐는 단호한 대답을 돌려준다. 이 과정에서 질문을 받은 준영의 입장이 되기도, 질문을 하는 창민의 입장이 되기도 하는 지민은 마치 여러 사람에게 씌인 안경 같다. 지민이 이렇게 변화하는 까닭은, 어느 한 순간에는 마음이 맞았지만 이제는 더이상 그렇지 못해서, 이들은 마치 잘못 씌인 안경처럼 초점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 관계에서 달라진 것은 어느 한 쪽이 아니다. 지민은 더 이상 안경을 쓰지 않고, 창민은 새로운 안경을 맞춘 것처럼 거절과 변화의 주체는 일치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과거의 안경을 쓰고 흐릿한 준영의 모습을 바라보는 지민은 더이상 과거의 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들의 미련은 해소될 수 없다는 사실을 흐려진 초점이 보여준다.
*관객기자단[인디즈]_임다연
연출의도
이제는 볼 수 없는 헤어진 연인의 마지막 모습.
감독작품경력
[안경](2022)
[올 겨울에 찍을 영화](2021)
[모래](2019)
[레슨중](2018)
[등에](2016)
[위로](2012)
[김치](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