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진상고객 미경을 우연히 만난 콜센터 상담사 수연이 복수를 시작한다.
그러나 자신과 같은 감정폭력을 당하는 미경을 본 수연의 마음이 흔들린다.
Review 주먹도, 나도, 너도 우는 날
서비스직을 하다 보면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주먹이 운다는 표현이 절로 들어맞는 날. 전화기 너머 목소리 주인이 내 가족일 수 있다는 안내음이 무색할 정도다. 오늘도 ‘수연’은 서랍 속 데스노트에 고객 이름을 적는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주인공 ‘미경’은 수연의 오랜 소망이었다. 기필코 언젠가는 나도 통쾌한 복수를 해주리. 이런 거창한 것들 대신, 최소한 그 이름 석 자는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다는 다짐. 딱 그 정도의 증오였다. 그런 수연에게 뜻밖의 복수의 기회가 찾아 온다. 어쩌면 생각지도 못했던 되갚음을 실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절호의 찬스가.
후폭풍이 멈춘 곳은 휴대폰 대리점 옆 사각지대였다. 동료를 괴롭히는 수첩 속 또 다른 이름을 이용하여 미경의 업무를 훼방놓은 복수의 결과였다. 위대했던 이름 석 자를 가진 미경은 젊은 남성의 직책에 속수무책으로 고개를 조아린다. 더이상 보복이 시원하지 않았다. 저 사람도 나와 같다는 동질감. 결국 수연은 여자에게 다가간다.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증오는 찾아볼 수 없다. 우리의 하루는 결코 다르지 않다는 무언의 눈맞춤. 이 또한 지나갈 어떤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