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드문 골목의 한켠에서 인스턴트 볶음면 가게를 운영하는 수민.
때로는 냉혹하게, 때로는 고독하게 혼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그러나 태웅은 배달비 대신 볶음면을 먹으며 배달일을 돕고,
새로운 하우스메이트 유정은 자꾸 집밥을 만든다.
빚을 청산하는 마지막 달, 수민은 불편하기만 했던 집밥이 어느새 맛있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Review 하우스메이트 유정의 엄마가 보낸 따뜻한 반찬들을 뒤로 하고, 수민은 자기가 운영하는 볶음면 가게로 출근한다. 술에 취한 사람이 들어와 국물을 찾지만, 수민의 식당에 국물은 없다. 영화는 건조하고 쌀쌀한 수민이 어떤 밥을 먹고, 어떤 표정으로 웃고, 어떤 기분으로 살아가는지를 섬세하고 담담하게 응시한다. 모든 걸 혼자 하는 것이 편한 수민에게 하우스메이트 유정이 집밥을 함께 먹자고 제안해오고, 수민은 불편해하면서도 점점 익숙해진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더 익숙한 수민의 세계에, 눈치채지 못한 사이 작은 균열이 일어난다. 치열하게 달리는 와중에 자꾸만 영역을 침범해오는 손길은 불편하다. 그런데 가끔 멈춰서서 주변을 바라보면 나를 도와주는 것은 그런 손길이기도 하다. 따뜻함을 말하는 게 순진하다 여겨지는 요즘, 영화는 순수하고 진솔한 방식으로 우리의 마음에 따뜻함을 불어 넣는다.
*관객기자단[인디즈]_김진하
연출의도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건 무형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음식은 그 사람의 성장 과정을 반추시키는 힘을 가졌다.
집밥을 경험해본 적 없는 수민에게 밥은 그저 끼니를 때우는 것일 뿐이고
집밥으로부터 성장한 유정은 또 다른 집밥을 만들고, 누군가를 성장시킨다.
마치 내리사랑처럼 음식을 통해 내려오는 이 무언의 감정은 그토록 차가웠던 수민이를 말랑하게 만든다.